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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능한 사랑 (계급, 연대, 욕망)

oceanpumpkin 2026. 9. 30. 06:16

목차


    누군가와 깊이 연결됐다고 느꼈는데, 어느 순간 보니 우리 사이에 처음부터 넘을 수 없는 선이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아챈 적이 있습니다. 영화 <가능한 사랑>을 보고 나서 그 기억이 생각났습니다. 해고 노동자 부부와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가 장례식장에서 우연히 만나 인연을 맺고, 카메라가 꺼진 뒤에는 각자의 세계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촬영이 끝나면 인연도 끝난다는 그 구조가, 생각보다 훨씬 아팠습니다.

     

    가능한 사랑 계급의 경계, 우정인 척 숨어 있던 것

    장례식장이라는 공간이 참 묘합니다. 평소엔 마주칠 일 없는 사람들이 같은 자리에 앉게 되는 곳이니까요. 영화 속 호식 부부와 상우 부부가 처음 만나는 것도 그런 장면입니다. 호식은 해고 노동자이고 상우는 다큐멘터리 감독입니다. 제가 처음 이 설정을 접했을 때, 둘 사이의 간극이 드라마적 갈등이 되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그 방향으로 가지 않습니다.

    두 부부는 생각보다 빠르게 사적인 관계로 발전합니다. 서로의 집을 방문하고, 식사를 나누고, 아픈 기억도 꺼냅니다. 이 과정이 영화에서 꽤 따뜻하게 묘사되기 때문에, 저도 처음에는 이게 진짜 우정이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온기의 바탕에 있는 것이 "촬영"이라는 이해관계였다는 게 나중에서야 또렷하게 보입니다.

    사회학에서는 이를 계층 간 이동성(social mobility)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계층 간 이동성이란, 개인이 속한 사회·경제적 위치가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영화는 그 이동이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두 부부의 작별 장면으로 조용히 보여줍니다. 요란한 다툼도, 배신도 없습니다. 그냥, 카메라가 꺼지면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이 조용함이 오히려 더 냉정하게 느껴졌습니다.

    • 호식 부부: 해고 노동자 — 생존과 존엄을 동시에 요구받는 위치
    • 상우 부부: 다큐멘터리 감독 — 타인의 삶을 기록하는 위치
    • 두 부부의 거리: 처음부터 "촬영자와 피사체"라는 비대칭 관계
    요약: 두 부부의 만남은 따뜻해 보였지만, 그 온기의 근거가 이해관계였다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 균열입니다.

     

    연대라고 믿었던 것의 유통기한

    "연대"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 단어를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연대(solidarity)란 공통의 목표나 감정을 바탕으로 서로를 지지하는 유대 관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우리 편"이라는 감각인데,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는 이해관계가 사라졌을 때 드러납니다.

    상우는 호식 부부의 삶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진심으로 그들과 가까워졌을 겁니다. 저도 그 감정이 가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촬영이 끝난 뒤, 두 부부가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장면을 보면서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르게 읽혔습니다. 감정이 진심이었다 해도, 그것을 지속시키는 구조가 없으면 연대는 기한이 있는 것이 됩니다.

    한국 사회에서 계급 간 우정이 어떻게 형성되고 소멸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많지 않습니다. 다만 출처: 한국사회학회에서 발표된 여러 연구들은, 사회적 지위가 다른 집단 사이의 관계는 공통의 목적이 해소되면 급속도로 약화된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지적합니다. 영화가 그걸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두 부부의 결말은 그 패턴을 그대로 따릅니다.

    만인은 평등하다고들 말하지만, 제가 실제로 다른 계층의 사람과 가까워졌다가 어느 시점에 자연스럽게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는 딱히 나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공유하는 이유가 없어졌을 때 관계도 같이 옅어졌습니다. 호식 부부와 상우 부부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요약: 연대는 진심이었을 수 있지만, 그것을 유지하는 구조가 이해관계였다면 그 연대의 수명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습니다.

     

    욕망이 드러날 때, 진짜 자신과 마주친다

    처음에 저는 이 영화가 불륜을 다루는 이야기일 거라고 짐작했습니다. 각자의 배우자가 아닌 상대방에게 끌린다는 설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영화를 보고 나면 그 감정이 불륜이라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에서 미옥과 예지가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며 느끼는 것은 "상대의 배우자에 대한 끌림"보다는 "상대의 삶에 대한 욕망"에 가까워 보입니다. 여기서 욕망(desire)이란 자신에게 없는 것, 혹은 자신이 억압해온 것을 향한 내면의 충동을 말합니다. 미옥이 예지의 세계를 들여다볼 때, 그리고 예지가 미옥의 위치를 바라볼 때, 그 시선에는 단순한 호감이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한 질문이 담겨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 지점이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입니다. 자신에게조차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욕망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영화가 흔하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을 분석하는 틀인 내면화된 계급 의식(internalized class consciousness)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자신이 속한 계층의 가치관과 한계를 무의식적으로 내면화한 상태를 말하는데, 미옥과 예지 두 인물 모두 그 내면화된 경계를 각자의 방식으로 인식하는 장면들이 영화 내내 조용히 쌓입니다.

    불륜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것보다는 "자기 인식의 순간"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의 삶을 잠시 탐하면서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체념하고 살아왔는지를 처음으로 알아차리는 것, 그게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던 건 등장인물들이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 욕망이 제 안의 무언가와 닮아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출처: 영화진흥위원회의 한국영화 산업 동향을 보면, 최근 수년간 계층 간 갈등을 다루는 한국 영화들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가능한 사랑>은 그 흐름 속에서도 폭력이나 극단적 갈등 없이 일상의 온도로 그 균열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요약: 이 영화에서 욕망은 불륜이 아니라 자기 인식의 계기로 기능합니다. 타인의 삶을 탐하는 시선이 결국 자기 자신을 향하게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화 가능한 사랑, 불륜 영화인가요?

    A. 불륜 영화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제가 직접 보고 나서는 그렇게 읽히지 않았습니다. 각자의 배우자가 아닌 상대에게 끌리는 감정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실질적인 불륜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감정이 자기 자신의 욕망과 억압을 인식하는 계기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사랑보다는 자기 탐구에 가까운 영화입니다.

     

    Q. 계급 차이가 인간 관계에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나요?

    A. 영향이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영화를 통해 그 영향이 생각보다 훨씬 조용하고 은밀하게 작동한다고 느꼈습니다. 큰 싸움이나 명시적인 차별이 없어도, 이해관계가 사라지는 순간 자연스럽게 관계가 옅어지는 것 자체가 계층 구조의 작동 방식이기도 합니다. 영화가 바로 그 조용한 과정을 보여줍니다.

     

    Q. 영화에서 두 부부가 완전히 남남이 되는 건가요?

    A. 극적인 결별 장면이 있다기보다는, 촬영이 끝나면서 자연스럽게 각자의 세계로 돌아가는 흐름입니다. 저는 그 조용한 소멸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드라마틱한 이별보다 그냥 연락이 뜸해지다 끊어지는 현실적인 방식이기 때문에, 보고 나서도 한동안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Q. 다큐멘터리 감독과 피사체 사이의 관계는 원래 이런 건가요?

    A. 다큐멘터리 윤리에서 오랫동안 논의되어 온 문제이기도 합니다. 촬영자와 피사체 사이의 권력 비대칭, 즉 한쪽은 바라보고 한쪽은 바라봄을 당하는 구조는 아무리 친밀감이 형성되더라도 완전히 해소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그 비대칭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그 구조 속에서 맺어진 관계의 한계를 조용히 드러내는 방식을 택합니다.

     

     

    결론

    <가능한 사랑>은 계급과 욕망을 다루면서도 누구도 악인으로 만들지 않습니다. 호식도 상우도, 미옥도 예지도 모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고, 그 과정에서 진심으로 연결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는 끝납니다. 저는 그 지점이 이 영화에서 가장 솔직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인은 평등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맞는 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등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사회에도 유리천장(glass ceiling)이 존재합니다. 유리천장이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작동하는 차별적 장벽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 영화는 그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외치는 대신, 그것이 얼마나 조용하고 자연스럽게 우리의 관계를 규정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정리하면, 이 영화는 한국 사회의 계층 구조를 들여다보고 싶은 분들에게도,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욕망을 한번쯤 마주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권하고 싶습니다.

    참고: https://namu.wiki/w/%EA%B0%80%EB%8A%A5%ED%95%9C%20%EC%82%AC%EB%9E%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