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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나 그리고 둘 (대만 영화, 가족 서사, 고독사회)

oceanpumpkin 2026. 10. 3. 18:40

목차


    2024년 기준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전체의 35.5%를 넘어섰습니다(출처: 통계청). 이 숫자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에드워드 양 감독의 2000년 작 <하나 그리고 둘>을 보고 난 뒤에는, 그 숫자가 갑자기 다르게 읽혔습니다.

     

    하나 그리고 둘 대만 가족 서사가 건네는 것들

    처음 이 영화를 틀었을 때 일본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정적인 화면 구성, 일상을 천천히 응시하는 시선, 감정을 최소한의 대사로 전달하는 방식이 어쩐지 오즈 야스지로 계열의 느낌을 풍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극 중반쯤 되어서야 이게 대만 영화라는 걸 인식했습니다. 어린 시절 홍콩 영화를 꽤 챙겨봤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대만 특유의 정서 앞에서는 생경함을 느꼈습니다.

    <하나 그리고 둘>은 대만의 중산층 가족 지앙 씨 일가를 중심으로, 할머니부터 어린 손자 양양까지 세 세대가 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약 3시간에 걸쳐 펼쳐냅니다. 에드워드 양 감독은 이 작품에서 롱테이크(long take)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여기서 롱테이크란 편집 없이 카메라를 오랫동안 돌리는 촬영 방식으로, 인물이 일상 속에서 느끼는 감정을 관객이 함께 호흡하며 체감하도록 유도하는 기술입니다. 덕분에 저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특정 장면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오히려 그 장면이 언제 끝나나 아쉬워했습니다.

    영화는 미장센(mise-en-scène) 측면에서도 세심합니다. 미장센이란 화면 안에 배치된 인물, 소품, 조명, 공간 구성 전체를 가리키는 영화 용어로, 에드워드 양은 이를 통해 대사 없이도 인물의 내면을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어린 양양이 사람들의 뒤통수를 사진으로 찍는 장면은 "사람들은 서로의 절반밖에 볼 수 없다"는 주제를 시각적으로 압축한 것입니다. 제가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 단순히 귀엽다고 웃다가, 다음 순간 가슴이 쭤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 영화가 2000년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출처: 칸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극단적 사건 없이도 관객이 몰입하게 만드는 내러티브 구조, 즉 일상의 밀도를 높여 드라마를 만드는 방식은 오늘날도 많은 감독들이 참조하는 서사 전략입니다.

    • 롱테이크로 일상 감정을 밀도 있게 포착
    • 미장센으로 대사 없이 주제를 시각화
    • 세 세대의 시점을 병렬로 배치해 가족의 복잡성을 입체적으로 묘사
    • 2000년 칸 감독상 수상으로 예술성 공식 인정
    요약: <하나 그리고 둘>은 롱테이크와 미장센으로 일상의 밀도를 끌어올려, 세 세대 가족의 삶을 극단 없이도 깊이 있게 그려낸 대만 영화의 정수입니다.

     

    고독사회 앞에서 가족이 묻는 것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제 경우엔 한 가지 불편한 감정이 남았습니다. "가족이 많아서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이건 비단 저만의 감각이 아닐 겁니다. 한국 사회에서 1인 가구가 이렇게 빠르게 늘어난 이유 중 하나는 지나친 간섭과 경계 없는 참견에 지쳐버린 경험이 축적된 결과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 영화 앞에서 저는 그 감정을 다시 검토하게 됐습니다. 에드워드 양이 묘사하는 가족은 이상화된 가족이 아닙니다. 외도가 있고, 사업 실패가 있고, 세대 간 소통 부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족은 서로를 바라봅니다. 자녀 세대는 부모 세대를 이해하려 하고, 양양은 뒤통수 사진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습니다.

    사회학 개념으로 말하자면 이건 사회적 유대(social bond)의 문제입니다. 사회적 유대란 개인이 타인 혹은 공동체와 맺는 정서적·기능적 연결망을 뜻하며, 이것이 약해질수록 개인은 고립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이 사회과학계의 일관된 분석입니다. 1인 가구 증가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사회적 유대가 함께 해체되는 것이 진짜 위험입니다.

    제가 직접 느낀 것을 솔직히 말하면, 혼자 사는 삶은 분명히 편합니다. 누군가의 밥 시간에 맞출 필요도 없고, 눈치 볼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그 편함이 어느 순간 공허함과 구분이 안 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돈이 많아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한 삶을 산다 해도, 그 삶이 진정으로 풍요로운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일본과 한국, 대만은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가족에 대한 정서적 구조는 꽤 다릅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대만 영화를 거의 접하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는 가까운 문화권의 정서도 실은 잘 모른 채 지냅니다. <하나 그리고 둘>은 그 낯섦을 통해 오히려 보편적인 질문,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보고 있는가"를 되묻습니다.

    요약: 혼자 사는 것이 편한 건 사실이지만, 사회적 유대가 함께 소멸될 때의 공허함은 경제적 여유로도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 영화는 조용히, 그러나 정확하게 짚어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하나 그리고 둘 영화 러닝타임이 너무 길다고 하던데 지루하지 않나요?

    A. 러닝타임이 약 173분으로 긴 편인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에드워드 양 감독의 롱테이크 방식은 지루함보다는 몰입에 가깝게 작동합니다. 장면 하나하나가 압축된 일상의 단면이라, 오히려 끝나는 게 아쉬운 순간이 더 많았습니다. 단, 빠른 편집에 익숙하다면 초반 30분은 적응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Q. 이 영화가 대만 영화인데 일본이나 한국 정서랑 많이 다른가요?

    A.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처음엔 일본 영화 특유의 여백 미학과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보다 보면 가족 내 정서 처리 방식이나 갈등의 온도가 확실히 대만 특유의 것입니다. 유교적 가족주의라는 공통분모는 있지만, 세대 간 소통 방식과 감정 표현의 결이 한국·일본과는 분명히 구분됩니다.

     

    Q. 에드워드 양 감독의 다른 작품도 비슷한 스타일인가요?

    A. 에드워드 양 감독은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1991)과 <타이베이 스토리>(1985) 등을 통해 대만 뉴웨이브 시네마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대만 뉴웨이브란 1980년대 대만에서 일어난 사실주의 영화 운동으로, 사회 구조와 개인의 관계를 냉정하게 응시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나 그리고 둘>은 그의 마지막 장편 영화로, 가장 원숙한 형태의 스타일을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Q. 1인 가구가 느는 건 사회 문제라고 봐야 하나요?

    A. 1인 가구 증가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그 뒤에서 사회적 유대가 함께 약화되는 구조가 문제입니다. 개인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고독과 사회적 고립은 다른 개념입니다. 전자는 자율성의 표현이고, 후자는 지원망의 부재입니다. 이 영화는 이 둘의 차이를 직접 언급하지 않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그 차이가 어떻게 체감되는지를 조용히 보여줍니다.

     

    결론

    <하나 그리고 둘>은 가족 영화라는 범주에 들어가지만, 보고 나면 그 범주가 좀 좁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가 진짜 묻는 건 "어떻게 살 것인가"이고, 그 질문을 꺼내는 방식이 설교 없이 장면 안에 녹아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3시간짜리 대만 가족 드라마를 보면서 제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함께 사는 것이 불편하다는 건 제가 직접 경험해서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불편함과 무의미함은 다릅니다. 다소 부대끼더라도 서로를 바라보는 관계 안에서 삶의 밀도가 높아진다는 걸, 이 영화는 3시간 동안 조용히 증명해냅니다. 에드워드 양의 다른 작품들, 특히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으로 이어가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namu.wiki/w/%ED%95%98%EB%82%98%20%EA%B7%B8%EB%A6%AC%EA%B3%A0%20%EB%9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