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을 당한 사람이 스스로도 불륜을 저지를 뻔했다면, 그걸 참아낸 게 정말 '선한 결말'일까요. 왕가위 감독의 2000년작 〈화양연화〉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이 질문 앞에서 한참 멈춰 있었습니다. 배우자에게 배신당한 두 남녀가 서로를 위로하다 사랑에 빠지고, 결국 그 감정을 스스로 끊어내는 이야기. 제목인 '화양연화(花樣年華)'는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절을 뜻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감정은 그 어떤 찬란함보다 훨씬 무겁고 복잡합니다. 화양연화 배신의 고통을 내면화하다 — 승화의 역설〈화양연화〉의 구조를 처음 분석했을 때, 제가 가장 주목한 심리 기제는 '내면화(internalization)'였습니다. 내면화란 외부에서 오는 충격이나 감정을 타인에게 표출하지 않고 자기 안쪽으로 삭이는 심리 과정을 말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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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9. 30. 1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