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출근길에 타워크레인 위에서 현수막을 펼친 채 농성 중인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차가운 바람에 흔들리는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단편영화 (2022)는 바로 그 장면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다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설경구와 전도연이 연기한 부부의 삶을 통해, 우울증(Depression)이 한 가정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짧고 날카롭게 포착해냅니다. 심장소리 아이가 느끼는 불안, 어른은 얼마나 알까영화는 타워크레인 위 아버지와 방 안에서 무너지는 어머니, 그 사이에 낀 아이를 보여줍니다. 제가 실제로 목격했던 타워크레인 농성 장면이 떠오르면서, 저도 모르게 숨을 참았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는 어른에게도 불안한 광경인데, 그게 자기 아버지라면 아이는 얼마나 무서웠을까요.아동 발달 심리학에서는 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개봉 당시에도, 그리고 이창동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다시 훑으며 재관람한 지금도, 영화 오아시스는 저에게 여전히 개운하지 않은 뒷맛을 남깁니다. 이 불편함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그 뿌리를 파고들다 보니 결국 저 자신의 편견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됐습니다. 오아시스 불편함의 정체 — 스크린 앞에서 찌푸려진 미간제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느낀 감정은 감동이 아니었습니다. 미간이 절로 찌푸려지는, 뭔가 보면 안 될 것을 보는 것 같은 불편함이었습니다. 교통사고 피해자의 집을 찾아간 홍종두가 그 집에 홀로 방치된 장애인 한공주를 발견하는 장면부터 그랬습니다.홍종두는 형사 미성년자 성추행죄가 아닌 뺑소니 교통사고로 교도소에 다녀온 인물입니다. 여기서 '뺑소니'란 사고 후 피해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