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출근길에 타워크레인 위에서 현수막을 펼친 채 농성 중인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차가운 바람에 흔들리는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단편영화 (2022)는 바로 그 장면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다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설경구와 전도연이 연기한 부부의 삶을 통해, 우울증(Depression)이 한 가정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짧고 날카롭게 포착해냅니다. 심장소리 아이가 느끼는 불안, 어른은 얼마나 알까영화는 타워크레인 위 아버지와 방 안에서 무너지는 어머니, 그 사이에 낀 아이를 보여줍니다. 제가 실제로 목격했던 타워크레인 농성 장면이 떠오르면서, 저도 모르게 숨을 참았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는 어른에게도 불안한 광경인데, 그게 자기 아버지라면 아이는 얼마나 무서웠을까요.아동 발달 심리학에서는 이..
교도소 면회실에서 살인범이 웃고 있었습니다. 평온한 얼굴로. 자식을 잃은 어머니 앞에서. 제가 영화 밀양(2007)을 처음 봤을 때 그 장면에서 손에 땀이 났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종교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용서는 과연 누구의 권리인가. 이 영화는 그 불편한 질문을 정면으로 들이밉니다. 밀양 용서의 구조 —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용서하는가영화 밀양은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도연의 연기로 더 유명하지만, 제가 주목한 건 수상 기록보다 이창동 감독이 설계한 서사 구조였습니다. 이 영화의 핵심은 단순한 종교 비판이 아닙니다. 용서의 주체성(agency), 즉 누가 용서할 권리를 갖는가라는 윤리철학적 문제를 건드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체성이란 어떤 행위를 시작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자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