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공포 영화가 관객을 가장 무섭게 만들 수 있을까요. 저는 살목지를 보고 나서 문득 곡성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때의 그 찝찝함, 영화관을 나오면서 옆 사람에게 "그래서 누가 귀신이었던 거야?"라고 되물었던 그 기억이요. 답을 못 찾은 채 극장 문을 나섰던 영화가 또 있었나 싶었습니다. 곡성 귀신의 정체 — 이미지 없는 공포가 더 무섭다곡성에는 전형적인 공포 영화의 문법이 빠져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시각적 귀신 현현(顯現)'이 없습니다. 여기서 귀신 현현이란, 관객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귀신의 실체적 등장을 의미합니다. 대부분의 공포 영화는 이 장치를 통해 관객의 공포를 촉발시키지만, 곡성은 그 방식을 완전히 거부했습니다.외지에서 마을로 흘러들어온 일본인(국촌 주..
솔직히 저는 공포 영화를 잘 못 봅니다. 보고 나면 일주일은 어두운 방에 혼자 못 있을 정도로 잔상이 오래 남거든요. 그런데도 살목지를 봤습니다. 주변 후기들이 자꾸 눈에 밟혀서요. 결론부터 말하면 — 후회는 아닙니다. 다만 기대보다 가벼웠다는 느낌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살목지 공포 영화를 못 보는 내가 선택한 이유제가 공포물을 꺼리는 이유는 귀신을 믿어서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흐릿하고 음흉한 그림자, 어둠 속에서 뭔가 꿈틀대는 것 같은 분위기가 시각적으로 각인되어 버리는 게 문제입니다. 특히 잔혹 묘사나 피범벅이 된 사체 장면은 며칠씩 뇌리에 남아서 밤마다 불편하게 만들죠. 그래서 평소엔 범죄 수사 장르를 즐기더라도 험악한 장면이 나올 것 같으면 눈을 감아버리는 편입니다.그럼에도 살목지를 고른 건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