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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닝 (계급 격차, 열등감, 결말 해석)

영화를 보고 나서 무언가 찜찜한데 딱히 설명이 안 될 때가 있습니다. 저한테 이창동 감독 영화가 꼭 그렇습니다. 보는 중에도, 보고 나서도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나중에야 "아, 이창동이었구나" 싶은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2018년 개봉한 도 그 목록에 들어 있는 영화입니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연맹상을 받을 정도로 평단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지만, 정작 저는 보고 나서 "그래서?"라는 물음표만 남았습니다. 영화 버닝 계급 격차와 열등감, 이 영화가 보여주려 한 것영화의 구조는 단순합니다. 알바를 전전하는 청년 종수, 어린 시절 동창 해미, 그리고 해미가 아프리카 여행에서 데려온 남자 벤. 이 세 인물이 만들어내는 삼각 구도입니다. 그런데 이 삼각형이 묘하게 불균형합니다.종수는 임시직을 전전..

카테고리 없음 2026. 9. 29. 14:33
영화 시 (알츠하이머, 노화, 공동체)

주변에서 치매 어르신을 가까이서 본 적이 있다면, 영화 속 장면이 남의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이창동 감독의 2010년 작 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60대 여성 미자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윤여정 배우의 와 거의 연달아 봤는데, 두 편이 끝나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늙는다는 것이 이렇게 무거운 주제였나 싶었습니다. 영화 시 알츠하이머를 가진 여자가 시를 쓴다는 것영화 의 주인공 미자는 알츠하이머(Alzheimer's disease) 초기 진단을 받습니다. 알츠하이머란 뇌 신경세포가 서서히 손상되며 기억력과 언어 능력, 판단력이 단계적으로 저하되는 퇴행성 신경질환입니다. 쉽게 말해, 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병입니다.일반적으로 치매를 다룬 영화라고 하면 기억을 잃..

카테고리 없음 2026. 9. 29. 06:51
영화 밀양 (용서, 죄사함, 종교적 모순)

교도소 면회실에서 살인범이 웃고 있었습니다. 평온한 얼굴로. 자식을 잃은 어머니 앞에서. 제가 영화 밀양(2007)을 처음 봤을 때 그 장면에서 손에 땀이 났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종교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용서는 과연 누구의 권리인가. 이 영화는 그 불편한 질문을 정면으로 들이밉니다. 밀양 용서의 구조 —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용서하는가영화 밀양은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도연의 연기로 더 유명하지만, 제가 주목한 건 수상 기록보다 이창동 감독이 설계한 서사 구조였습니다. 이 영화의 핵심은 단순한 종교 비판이 아닙니다. 용서의 주체성(agency), 즉 누가 용서할 권리를 갖는가라는 윤리철학적 문제를 건드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체성이란 어떤 행위를 시작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자격..

카테고리 없음 2026. 9. 28. 23:59
영화 오아시스 (불편함, 사랑의 자격, 이창동)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개봉 당시에도, 그리고 이창동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다시 훑으며 재관람한 지금도, 영화 오아시스는 저에게 여전히 개운하지 않은 뒷맛을 남깁니다. 이 불편함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그 뿌리를 파고들다 보니 결국 저 자신의 편견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됐습니다. 오아시스 불편함의 정체 — 스크린 앞에서 찌푸려진 미간제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느낀 감정은 감동이 아니었습니다. 미간이 절로 찌푸려지는, 뭔가 보면 안 될 것을 보는 것 같은 불편함이었습니다. 교통사고 피해자의 집을 찾아간 홍종두가 그 집에 홀로 방치된 장애인 한공주를 발견하는 장면부터 그랬습니다.홍종두는 형사 미성년자 성추행죄가 아닌 뺑소니 교통사고로 교도소에 다녀온 인물입니다. 여기서 '뺑소니'란 사고 후 피해자를..

카테고리 없음 2026. 9. 28. 19:30
영화 박하사탕 (역순구조, 김영호, 이창동)

악인에게도 이유가 있다면, 우리는 그를 용서해야 할까요? 아니면 그 이유 자체가 면죄부가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어야 할까요. 저는 박하사탕을 보고 나서 한동안 이 질문을 붙들고 있었습니다. 1999년 이창동 감독이 내놓은 이 영화는, 타락한 인간의 생애를 거꾸로 펼쳐 보이며 "왜 그렇게 되었는가"를 묻습니다. 그 물음이 지금도 "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한 마디와 함께 회자되는 이유일 겁니다. 박하사탕 역순구조, 왜 거꾸로 보여주는 걸까요보통 영화는 인물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앞에서 뒤로 따라갑니다. 그런데 박하사탕은 정반대입니다. 현재의 파국에서 시작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순 서사(逆順敍事) 구조를 택했습니다. 역순 서사란 시간의 흐름을 뒤집어, 결말을 먼저 보여준 뒤 그 원인을 소급해 추적하는 ..

카테고리 없음 2026. 9. 28. 15:30
영화 초록물고기 (느와르, 한국적 정서, 이창동)

이 영화를 홍콩 느와르의 아류라고 불러도 될까요? 저는 처음 봤을 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창동 감독의 신작이 화제를 모으면서 다시 꺼내 든 이 영화는,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온도로 가슴에 닿았습니다. 1997년 개봉한 는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그 안에는 IMF 직전 한국 사회의 균열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버텨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조용히 녹아 있었습니다. 초목물고기 느와르라는 틀, 그 안에서 삐져나온 것들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저는 꽤 단순한 감상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장국영과 주윤발이 주연한 홍콩 느와르 영화들과 비슷한 구조라는 인상이었습니다. 느와르(noir)란 본래 '어두움'을 뜻하는 프랑스어에서 온 장르적 개념으로, 조직 폭력·배신·절망적 결말을 특징으로 하는 범죄 영화 ..

카테고리 없음 2026. 9. 2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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